About Metaverse
● 메타버스에 대하여
지난 1년 사이에 유행하는 단어가 수십 번은 바뀐 것 같습니다. 이러한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외부 관점에서 유행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유행이 바뀌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따라갈 유행과 그렇지 않은 유행을 구분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유행의 본질을 파악하고 정말로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 유행을 따라가야 미래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등 유행을 선도했던 단어는 다양합니다. 지금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앞선 단어들보다 개념이 더 모호해 보입니다. 신문 기사 등을 보면 유행하는 단어의 본질을 탐구하지 않고 그 단어가 마케팅 용도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아티클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본질은 무엇인지 분석해 보고 이것이 정말로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 유행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 메타버스의 본질은 무엇일까?
meta-: denoting something of a higher or second-order kind.
>-verse: denoting an area of activity or interest or a section of society distinguished by a particular characteristic.
출처: Oxford Languages
위의 영어 정의를 정리하면, “상위 개념 또는 두 번째의, 특정한 성질로 구분되는 활동 구역 또는 사회 영역”으로 메타버스를 정의할 수 있겠네요. 즉, 사회 어딘가에서 특정 활동을 하는 구역이 있고, 이것이 저희가 아는 세계와 다른 위치에 있다면 그것이 메타버스일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현실의 정체성과 더불어 가상의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장소
2.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의 활동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
1번은 개인이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렇기에 1번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2번입니다. 가상 세계의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음이 해당 세계를 유지하는 매우 큰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것이 가상 세계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나아가 그 세계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게 만드는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위의 말, 익숙하지 않나요? 익숙하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해 보입니다. 저희가 익히 알고 있던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 등이 위의 본질과 정확하게 부합하기 때문이죠 실명을 사용하는 유튜버(현실의 정체성)와 버츄얼 유튜버(가상의 정체성)가 존재하고, 유튜버는 이미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처럼 과거부터 메타버스는 존재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모르고 있었다.”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지금의 메타버스
목수는 목공품을 만들어서 생계를 유지합니다.
유튜버는 동영상을 만들어서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엑시 인피니티 플레이어는 NFT와 같은 가상 세계의 재화를 만들어서 생계를 유지합니다.
한 마디로, 현재 메타버스 유행의 핵심은 “가상 세계에서 돈을 버는 방법의 다각화”입니다. 최근에는 다각화된 비즈니스 모델 중 게임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요. 동남아에서는 엑시 인피니티를 플레이하는 것이 현실 세계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엑시 인피니티 붐이 일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메타버스가 이끄는 세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가상 세계에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이 특이한 현상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이 될 것입니다.
● NFT와 메타버스
NFT도 메타버스처럼 최근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지금 유행하는 NFT의 본질은 프로필 사진을 양산해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에 있어 보입니다. NFT가 메타버스 유행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기 위해서 NFT의 진짜 본질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NFT의 진짜 본질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확립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필 사진은 이 본질의 매우 작은 파편에 불과합니다.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 확립은 얼마나 중요한 사건일까요? 이것을 알기 위해 잠시 과거의 사건을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실물 자산 차원에서 일어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16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인클로저 운동”을 통해 기존의 모호했던 땅의 소유권이 울타리를 치는 행동을 통해 확실히 정해졌습니다. 땅의 소유권이 정해지면서 해당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땅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관점에서 저는 NFT를 일종의 “디지털 인클로저 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유권이 모호했던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 키를 부여해 소유권이 확실한 고유한 자산으로 만들었으니까요. 공교롭게도 인클로저 운동 이후 영국의 생산성은 크게 향상되었고, 영국은 산업 혁명을 이룬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소유권 확립과 경제 성장이 정말 원인과 결과 관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NFT와 메타버스가 가져올 미래를 그리는 데 충분한 도움을 줄 것입니다.
NFT는 가상 세계에 ‘소유’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가상 세계에서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P2E 게임, 그림 NFT에서 시작해 미래에는 저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나올 것입니다. 어쩌면 메타버스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은 NFT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 경제 활동과 메타버스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의 활동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
앞서 언급했던 메타버스의 본질 2번입니다. 가상 세계에서 생계를 해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가상 세계에서 경제 활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핵심을 지키는 선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메타버스 플랫폼의 핵심은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과거부터 메타버스였던 유튜브와 트위치를 예로 들자면, 유튜브는 동영상을 만들어서 얻는 광고 수익, 트위치는 시청자로부터 받는 후원이 비즈니스 모델이 되겠죠.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현재 메타버스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비즈니스 모델의 생존에 필요한 두 가지 핵심 요소는 규모와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1. 규모
“돈을 버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계를 유지하는 돈을 버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플랫폼의 규모가 작다면 어렵습니다. 즉,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을 수록, 그 플랫폼을 이용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수도 많아지게 되는 것이죠. 이는 기존의 빅테크 플랫폼의 사업 모델과 같습니다. 즉, 메타버스 플랫폼의 기초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도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 즐거움
첫 걸음을 뗀 프로젝트의 규모는 항상 작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즐거움”으로 사용자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계에서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생계 유지 수단이 아닌 즐거움 제공의 수단으로 자리잡는 것이죠. 그리고 즐거움 제공을 기반으로 성장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생계 유지 수단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즐거움만으로 플랫폼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게임이 메타버스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로 가장 먼저 급부상한 이유도 이러한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쉽게 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커뮤니티를 운용하는 것도 부분적으로는 커뮤니티 활동이 사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 메타버스의 가상 부동산
KB은행 로블록스 지점, 구찌 샌드박스 스토어 등등 많은 기업들이 가상 세계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관련 신문 기사들도 매일같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사를 읽으면서 눈치를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기업이 가상 부동산을 사는 가장 큰 목적은 “마케팅”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가상 부동산과 현실 부동산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현실 부동산은 상업과 마케팅 용도 이외에도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정체성 없이는 가상의 정체성이 존재할 수 없는데, 현실의 정체성이 가상 부동산에 가서 밥을 먹고 잠을 잘 수는 없으니까요.
즉, 메타버스 스토어는 이커머스의 확장판과 다를 바가 없어지는 거죠. 이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이미 이커머스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상업, 마케팅 목적의 부동산 지분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메타버스 플랫폼에 있는 스토어가 가세하면서 이 흡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쩌면 미래의 현실 세계 부동산은 의식주에 필수적인 건물(주택, 식당, 생필품 마트 등)만 남고, 상업, 마케팅 목적의 부동산은 모두 가상 세계로 진출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는 이 현상이 “한정된 현실 토지의 더 효율적인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업, 마케팅 목적의 부동산이 떠난 자리에 다른 건물을 세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상 부동산에 대해 고려해야 할 할 요소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가상 부동산은 무한으로 찍어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가상 부동산을 찍어낼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 공간은 웹이지 땅은 아니니까요.
결국 메타버스 플랫폼이 얼마나 비즈니스 모델을 잘 설계하고 가상 부동산에 대한 “명분”을 어떻게 부여하는가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메타버스 내에서 생계를 이어나갈 유인이 충분하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메타버스의 요소가 부동산이든, 동영상이든 사람들은 모일 것입니다. 즉, 가상 부동산은 해당 부동산을 구매한 기업의 마케팅 수단이면서 동시에 부동산을 설계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마케팅 수단이기도 합니다.
●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메타버스의 본질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분석 이후 저는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었습니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예전부터 존재했고, 이것 조금씩 확장되면서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메타버스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전환의 속도가 최근 빨라진 것은 “디지털 인클로저 운동”인 NFT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NFT를 활용해 가상 세계에서의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이고, 가상 세계의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보편화된다면 메타버스라는 말은 사라질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메타버스가 이끄는 세상이 과연 좋기만 할까요? 메타버스의 핵심은 경제 활동의 영역이 가상 세계로 확대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제 활동이 현실 세계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유튜브 동영상이 현실 세계에 좋은 영향과 안 좋은 영향을 모두 주는 것처럼 말이죠. 이 문제는 지금도 존재하지만 미래에 가상 세계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심각도는 높아질 것입니다.
● 참고 자료
○ [경제사 다시 보기] (13) 인클로저의 진실‥지주들의 욕심이 ‘규모의 경제’ 이끌었다
○ “로블록스에서 대출 받으세요” 국민은행 가상 점포 개설
○ 더 샌드박스 ‘랜드’ 산 구찌, 명품 업계에 어떤 바람 일으킬까